"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 무엇에도 거리낌 없는 "
by eunky
생일. 27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박사과정 학교를 찾아서, 열심히 연구할 준비 단단히 해 놓고,
졸업 잘 하고. 그리고 회사에서 연구 잘 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네. "
- 2007년도 생일날 쓴 일기

한국 시간으로는 7월 25일, 스물 일곱번 째 생일, 미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2005년도 생일이 생생히 기억나는 이유는, 그 날 12시까진가 일하고 지쳐서 늦은 밤 택시타고 집에가는 길에 택시아저씨가 젊어서 좋겠다고 생일축하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상당히 암울한 인생을 살고있다고 자괴감에 빠져 있던 상태였는데 그 아저씨는 내가 부럽다고 하셨다. 어쨌든 정확하게 3년이 지났고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그 택시를 바로 지난 주에 탔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어서 어찌 되었든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하며 항상 바쁘게 보내고 있고 생일이 오는지 가는지 별로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조금 변한 게 있다면 그 때는 생일날 케잌을 안/못 먹으면 되게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케잌을 못 먹어도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긴 커녕 케잌이 눈 앞에 있으면 칼로리 걱정을 하며 큰 조각을 집고 싶어도 작은 조각을 집는다.

인생 고민 스케일이 좀 달라지긴 했다.
디자인 작업을 하다보니 이제 픽셀 단위가 신경을 거슬린다. 1픽셀 때문에 한 시간 넘게 고민하고 이래 고치고 저래 고치고 그러다가 나 말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거 보고 그냥 스르륵 고민을 접어버린다. 회사를 나오는 순간 픽셀 단위의 고민은 천 단위로 바뀌어 새 차를 살까 중고차를 살까, 과연 정직하고 마음씨 좋은 딜러는 어디에 있을까 이 고민을 하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정말 괴로워서 다시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거라는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는데 머리는 커졌다고 또 도움받고 민폐 끼치는 것은 너무도 싫어서 무슨 혼자 떨어져 있는 섬처럼 살고 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괴로운 적도 있었고 사람때문에 미쳐버리는 적도 있었고 학교때문에 인터뷰때문에 논문때문에 집때문에, 그 외 온갖 잡것들 때문에 참 힘든 07-08년도를 보냈다. 하지만 막 잊어버리고 싶다고 억지로 기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는 07년도 아니면 08년도 Scion tC를 살거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최소 5년간은 이 때 기억 잊을 수도 없을거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참 즐거운 일도 많았다. 운전도 배웠고 졸업도 했고 멋진 곳에서 단기 알바도 하고 있고 산책도 많이 했고 가장 아름다운 하늘도 봤으니.

내년 이맘때에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처럼 사서 고생하고 그 고생에 행복해 하고 괴로워 하고 책읽고 커피마시고 산책하고, 아 그리고 열심히 연구하고 좋은 교수님 만났으면 좋겠다.

2007년도 생일
2006년도 생일
2005년도 생일
by eunky | 2008/07/25 14:32 | 기억 | 트랙백 | 덧글(6) |
Test Drive / Dealing with dealers
차를 사기로 마음을 먹고 오늘은 처음으로 딜러샵이란 곳에 가서 test drive를 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안 맞아서 딜러샵에 들어간 후 두 시간 후에 걸어 나왔지만, 어쨌든 처음 해 보면 뭘 해도 다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두 가지 사실을 배웠는데, 일단 Scion tC는 정말로 정말로 운전하기에 재미있는 차라는 것. 사람들이 review에 보면 "fun to drive"란 말들을 많이 써 놓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읽을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운전 해 보니까 정말 그랬다. Stop sign 많은 버클리에서 항상 25마일로 기어다니가다 엑셀 부릉 밟고 신나게 달리는거 해 보니까 와 이거 정말 재미있잖아; 암튼 tC는 좋은 차.
그리고 또 하나는, 자동차 dealer는 정말 상대하기에 정신적 소모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 아니 어떻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자기도 말도 안 되는 것 알면서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얘기할 수 있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차보다 비싼 중고차 가격을 쓱 들이미는, 어이없는 그 마인드셋; 그래서 "음, 이 돈이면 새차 사겠어요" 그랬더니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나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새 차 사요" 라고 하는;;; 아휴 그냥 한 대 갈기고 싶었다. 내가 tC사려고 그동안 리서치한 시간이 어느정도인데 >.< 암튼 진짜 살다보니 별 사람 다 만난다.

암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가방 싸고 일어나 문 열고 나와버렸다. 그런데 너무 피곤했는지, 와서 네 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자기 차를 애지중지 했던 주인을 만나 서로 기분좋은 가격에 deal했으면 좋겠다.
by eunky | 2008/07/21 14:43 | 일상 | 트랙백 | 덧글(2) |
Summer at Google
모든 게 너무 빠르다.

일 시작한지 3일째. 짧게 요약하자면...
6월이 끝나가는지도 몰랐고 7월이 시작하는 것도 몰랐다.
하루에 100여 통의 이메일이 왔다갔다
오늘은 미팅이 다섯 개
정말 세상의 모든 희망을 다 짊어 진 사람들인 것처럼 일한다.
by eunky | 2008/07/03 12:26 | 일상 | 트랙백 | 덧글(5) |
One way ticket
5월 17일 졸업식 후 한 달 넘게 원없이 쉬다가 이틀 전에 버클리를 떠나 새로운 곳, Kirkland에 안착.
처음 버클리에 왔을 때가 2006년 8월 6일이니까, 2년이 조금 못 되었다.
하루하루 단조로운 일상이기에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얻어 가는 것 중에는 석사학위 한 장, 운전면허 한 장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수 없이 많은 사연들이 있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아무리 힘든 일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련은 기쁨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논문쓰는 일 보다 더 힘든 것은 기다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소유물이 없어질 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 진다는 것을 알았다.
 
20대 젊은 시절의 일부를 여기에 놓고 간다.
버클리의 일부를 내 속에 담아 간다.
by eunky | 2008/07/01 01:28 | 언제 커피나 한 잔 | 트랙백 | 덧글(4) |
인터뷰
살면서 했던 인터뷰들을 다 더하면 100개까진 되지 않더라도 50개 정도는 될 것 같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 된 인터뷰는 초등학교 때 성당 성가대 면접. 그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했던 수많은 인터뷰 중에서 기억나는 몇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맥킨지와의 2번째, 4번째 인터뷰, 히로시와의 전화인터뷰. UW 커미티와의 인터뷰, 모토로라와의 인터뷰, 캠브리지 문화재단과의 인터뷰, 삼성장학재단과의 인터뷰, 그리고 MS, 구글과 했던 인터뷰... 많이도 했네. 이 리스트는 아마도 내가 관심있거나 나에게 관심있었던 집단/그룹인 것 같다. 그나마 이런 인터뷰가 기억에 남을 수 있어던 까닭은 인터뷰어들이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적어도 그들이 던졌던 질문 중에 하나 정도는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거나, 인터뷰 중 최악의 재난이 터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인터뷰는 히로시랑 삼성재단이랑 한 인터뷰이다. 히로시는 나한테 화내면서 전화를 끊었고 재단 인터뷰 할 때는 내가 울면서 뛰쳐 나왔다. 가장 기분좋게 했던 인터뷰는...글쎄. 그런 것은 잘 없었던 것 같다. 왜일까. 인터뷰 1시간 남짓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참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아주 얄팍한 아웃라인 정도는 얻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좋은 인터뷰어가 되려면 1) 적어도 인터뷰이가 무슨 얘기를 하나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2) 인터뷰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거나 좋은 follow up question을 던지기 위해 똑똑해야 한다. 좋은 인터뷰이가 되려면 1)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2) 솔직해야 하고 3) 실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저 세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by eunky | 2008/06/13 17:51 | 일상 | 트랙백 | 덧글(1) |
Remorse
오늘은 하루종일 노트, 프린트물 정리를 했다. 1학년때 쓰던 노트를 뒤적이다 이런 리스트를 만났다. 아마도 첫 학기 시작 직전에 끄적였던 것 같다.

1.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본받고 싶은 지도교수님 만나기
2. 나중에 한국에 놀러 온다면 일주일 정도는 기꺼이 시간을 내 주어 같이 놀러다닐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한 외국인 친구 만들기
3. 열정을 가지고 몰두할 수 있는 분야 찾기
4. 서쪽 바다로 달려가 일몰 보기
5. Outside major 과목 한 학기에 하나 이상 듣기
6. 테니스 열심히 치기. 한 주라도 빠지지 않기
7. 건강한 음식 섭취
8. 좋은 선배가 되기
9. 어떤 사람들과도 즐겁게 영어로 30분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10.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첫 번째 든 생각은, '아, 유학 시작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니 기특하네.' 그리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부끄럽다', 세 번째로 든 생각은 '슬프다' 이다. 특히 1번. 이건 대학교 4년, 석사 2년 내내 바래왔던 건데 잘 되지 않았다. 4번은 다음 주에 할 예정이다. 아참. 이제 누군가가 전화걸면 "안녕하세요. 운전면허 따기 어렵다는 클레어몽트 DMV 에서 한 번에 드라이빙 테스트를 합격한 드라이버 최은경 입니다"라고 인사하려고 한다.
 
과거 조각들을 우연치않게 마주할 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by eunky | 2008/06/13 17:12 | 기억 | 트랙백 | 덧글(2) |
운전 연습 2
Highway 이틀째. 붕붕 속도내서 밟는 게 재미있어졌다. 큰일이다.
운전이 많이 편해졌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두 시간씩 닷새 연속 운전을 했다.
나는 뭐든지 이런 식이다. 2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운전을 하고 차가 생기면 정말로 가고 싶은 곳에 아무때나 갈 수 있을까?
매일 칠 것 같은 기타도 옆에 세워만 두고 매일 치지 않는 것처럼 차도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여기로 오는 대학원생 유학생이 있다면, 싼 중고차라도 좋으니 오자마자 면허따고 차사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참 아름다운 곳인데 2년간 살면서 동쪽으로는 college, 서쪽으로는 sacramento, 남쪽으로는 dwight, 북쪽으로는 rose - 즉, 걸어다닐 수 있는 경계선을 거의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by eunky | 2008/06/04 05:48 | 일상 | 트랙백 | 덧글(2) |
운전 연습
Ron이라는 driving instructor와 요즘 매일매일 운전 연습을 한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freeway를 탔다. 이게 게임하는 거였다면 정말 재미있었을텐데 진짜라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아찔했다. 옆에 앉아계신 분께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운전하고 있으면 옆사람이 무슨 얘기 하는지 정말 하나도 안 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운전 연습을 하면서 한 가지 깜짝 놀라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다른 운전자들은 초보 운전자에게 거칠게 대한다는 것이다. 아 좀 봐주고 양보해 줄 법도 한데.

요즘은 꿈 속에서 핸들이 나온다. 10시 10분 손 모양을 하고 핸들을 빙빙 돌리는 꿈을 꾼다. 오너드라이버를 향한 길은 멀고도 멀다. 과연 씨애틀에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by eunky | 2008/06/03 11:13 | 일상 | 트랙백 | 덧글(4) |
Graduation
앞으로 두 시간 있으면 졸업을 한다. 원래 졸업이라는 것, 중학교 졸업도 그랬고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도 그랬지만 - 난 이거 별로 안 좋아했다. 뭐 지금도 기분은 그냥 그럭저럭. 개운한 것도 아니고 막 기쁜것도 아니고 솔직히 얘기하면 많이 아쉽고, 고생한 기억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그냥 여기까지 꾸역꾸역 오게 되서 스스로가 대견하다. 한국에서 혼자 떨렁 와서는 바보같이 어버버 하던 애가 2년동안 많이 변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 원래 그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그 위에 레이어 하나가 더 씌워졌다.

앞으로 한 달 정도 있으면 내 주변 모든 게 다 바뀔거다.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도 변하고 사는 공간도 변하고 하는 일도 바뀌게 되었다. 어쨌든 그 때까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죽은듯이 있고싶다. 하루종일 책보다가 저녁때 되면 동네 산책 한 바퀴 하고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슬그머니 가려고 한다.

논문 잘 끝났고 여름엔 구글 씨애틀오피스에서 일할거고 한국엔 못 가고 학교는 9월부터 UW로. 이사는 6월 20일경, 집은 앞으로 구하면 될거고 차는 가서 사기로 했다. 올 한 해 남은 가장 커다란 일은 박사 advisor 정하는 문제인데, 갓 졸업한 우리분야 수퍼스타들이 UW으로 몰려오고 있어서 사실 많이 들떠있다.

정확히 한 달 전에 나조차도 궁금해 했던 많은 일들에 대해(모르겠다) 모두 다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어쨌든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버클리 생활이 끝나고 나서 나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싶었다. 매일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던 아빠 엄마 오빠 생각이 주루룩 지나갔고 2년간 옆에서 묵묵히 있어 주었던 영원한 아군, 예수님 생각이 났다. 치가 떨리게 외로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는데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었던 성경책과 커피와 기타는 앞으로도 평생을 같이하게 될 친구가 될거다.
by eunky | 2008/05/18 03:57 | 트랙백 | 덧글(13) |
인생 최고의 위기
살면서 닥치는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 인생 최고의 위기다"라고 생각하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그 말은 곧 그 일들이 인생 최고의 위기가 아니었다라는 말과 같다.
그걸 알면서도 "아, 이 일은 정말 인생 최고의 위기구나" 이렇게 또 다시 생각한다.

1) 정말 힘든 일들이 자주 온다. 그리고 그 전의 일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or
2) 인생 최고의 위기라고 생각되는 정도의 threshold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낮아진다.

저 둘이 같이 진행되면 stroke 걸리겠다
아하하 웃고 넘겨야지 *_*

아 인생 최고의 위기다.
아하하

자동차 사진 구경하다보면 시간 그냥 가버린다.
혼자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중 *_*
1) Smart passion ForTwo
2) Scion TC
3) VW Eos
4) TT
by eunky | 2008/05/01 16:14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죽기 전에 해야할 일
논문으로 찌들어가고 있는 삶에 한 가닥 희망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여 방금 전 죽기 전에 해야할 일이라는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할 예정) 3분도 안 되어 열 일곱 가지 항목이 생겨버렸는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여행에 관련 된 것이 네 가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네 가지, 책과 관련된 것이 세 가지, 집과 관련된 것이 두 가지. 당장 여름에 할 수 있는 것도 보이고 (캘리포니아 미션 트립) 아주 요원해 보이는 것 (바닷가 보이는 곳에 집짓자, 이탈리아 커피숍 기행)도 있다. keep looking don't settle이라고 잡스 아저씨가 그러셨다 *_*
by eunky | 2008/04/26 15:22 | 기억 | 트랙백 | 덧글(2) |
들어와 산 지 8개월쯤 된 이 집은 내게 참 다양한 삶의 면모를 느끼게 해 주었다. 내 방은 북향이라 해가 들어오지 않고, 창 바로 바깥은 옆집과의 경계를 이루기 위한 키보다 높은 담이 있다. 내 방은 1층이고 옆집은 3층 정도 되는데 3층에 사는 남자가 내 방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기겁한 어느날 밤 이후 나는 블라인더를 굳게 내리고는 바깥 세상을 볼 생각은 깨끗이 접었다. 내 방은 나무마루여서 여름에 참 시원해 좋아했는데, 거기에 이틀 정도만 지나면 먼지가 내려 앉는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아침이고 저녁이고 방에 혼자 있을 땐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의자를 끌고 방을 돌아 다니며 머리를 바닥에 박고는 머리카락을 줍고 먼지를 닦는 모습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카펫이 깔린 집에서는 살 수 없을 것이란 것도. 쓰레기통은 세 군데에 있는데 화장실, 내 방, 그리고 부엌. 쓰레기가 차면 종종걸음으로 나가서 이 모습 누가 볼까봐 얼른 쓰레기 던지고 돌아 오는 것도 그렇고 어느날 문득 쓰레기를 비우고선 쓰레기통 바닥을 보니 바닥에 낀 곰팡이가 눈에 거슬려 벅벅 닦거나 화장실 타일 틈새에 생긴 곰팡이를 칫솔로 닦는 모습이나 - 집을 책임진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곰팡이를 닦는것과 같은 의미인 것 같다. 윗집에서 들리는 의자 스크래치나 아침마다 끼익 거리는 샤워기 트는 소리로 원치않게 잠을 깨야 하는 것과, 시끄러운 음악이 들릴 때면 정말이지 살인충동이 난다. 원치않는 소음에 둔해진다는 것은 방음이 정말 안 되는 낡은 아파트에 익숙해 진다는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찌그러지는 느낌이다. 이 집은 전에 살던 집 보다 참 좋은 곳이었지만 조용할 것, 부엌이 깨끗할 것, 마루바닥일 것, 등등 살면서 다음 집에 대해 요구하는 리스트는 길어만 간다.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집만한 곳이 학교 근처엔 없어서 내가 나가기를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거나 물어보는 사람은 날로 늘어가고, 그럴 때마다 여름 계획 정해지면 알려 드리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마음이 좀 쓸쓸해 진다.
by eunky | 2008/04/26 14:15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애써 헤어지려 하지 말고
삶이나 사랑은 강과 같아서 다만 유유히 흐르는 것
애써 헤어지려 하지 말고 애써 만나려 하지 말자

(출처를 잊었다)
by eunky | 2008/04/26 11:26 | 기억 | 트랙백 | 덧글(1) |
상가
중고등학교 때였나
엄마랑 은마상가 많이 돌아다녔었는데
옷 구경 하다가 나중엔 항상 지하상가 들려서
장보고 맛있는 떡볶이, 만두집, 칼국수집 - 지금도 다 있나 모르겠네
족발집도 있었던 것 같은데 - 옛날엔 많이 좋아했는데 이젠 잘 먹지도 못한다
떡집은 번창하고 있는 걸로 알고있다. 그 앞을 지나가면 샘플 몇 점씩 집어 먹었고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가장 좋아했던 치즈바게트
더 어렸을 땐 그곳에 있는 유치원에 다녔고
초등학교 다닐 때엔 거기에 있는 피아노 학원 가거나 문방구에서 학용품이나 준비물 사러 들렸고
고등학교땐 기타레슨 받던 곳도 거기였구나;;
고등학교 때엔 거기에 있는 구립도서관에도 자주 갔고 책 살 일 있으면 상가 2층 책방에도 많이 들렸다
생각해 보니 아플 때 갔던 병원도 다 거기에 있고
대전에서 서울 올라올 때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집에 갈 때 항상 통과해서 가는 길목에 식초냄새 코를 찔렀던 김밥집
온갖 악세서리 파는 곳
상가 바깥엔 비쩍 마른 통닭 튀겨 파는 집도 있는데 여름이면 야외에 파라솔, 의자 깔아놓고 동네 아줌마 아저씨 퇴근하는 회사원들 앉아서 노닥노닥 하는 분위기

생각해 보니 유치원때부터 대학교 -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하기 전 까지
참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by eunky | 2008/04/24 15:30 | 기억 | 트랙백 | 덧글(4) |
상일군 블로그
김두수 - 자유로운 마음.

"상당히 은둔형 가수라서 이 사람의 이름을 꺼냈을 때 들어봤다고 말한 사람은 은경 누나가 유일하다. 은경 누나도 정상인에서 약간 멀어져있단 증거이기도 한데..."

oh my...
by eunky | 2008/04/22 12:04 | 일상 | 트랙백 | 덧글(2) |
모르겠다
요즘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질문들을 듣는다.
가족, 친구,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face to face, 이메일 등등으로

논문은 잘 되가냐
여름엔 뭐하니
여름엔 어디에 있니
한국에는 오나
학교 결정은 했니
이사는 언제
집은 어떻게
차는 어떻게

이런 것들.
요약하자면

졸업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이 모든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한지 4개월이 넘어간다.
내 자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더라고.
시간이 좀 필요한데 대답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eunky | 2008/04/17 03:16 | 일상 | 트랙백(1) | 덧글(3) |
South Bay
버클리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내려가면 South Bay 지역이 나온다. 테니스대회가 항상 저 아래쪽 지방에서 해서 어젠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아래쪽 지방에 내려갔다 왔다. 버클리보다 훨씬 건조하고 날도 더워서 익어가는 줄 알았다. 오후가 넘어가니까 계속심한 두통이 밀려왔는데,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 운동회를 제외하고 이렇게 하루종일 무더운 날씨 속에서 왔다갔다 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내가 했던 테니스 경기는 다 지고왔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 경기를 했고 다른 분들의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삼성에서 나누어 준 별 필요없는 기념품 한 가득, 하루종일 junk food 한 가득.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애교심'이라는 걸 정말로 느낄 수 있었다는것.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도 이맘때가 되면 많이 생각 날 거고, 근처에 있다면 꼭 들릴 테고, 되도록이면 계속 참가도 하고 싶다는 것 (지금 마음만은 그렇다) 잘 치는 분들 중에 곧 졸업하는 몇몇 분들이 계셨는데 은근히 우승하거나 상위권에 랭크되길 바랬는데, 어쩐 일인지 버클리 팀들이 줄줄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3연승의 기록은 올 해 깨졌지만, 보스톤에서부터 날아온 태미언니, 여자부 우승하셔서 참 기뻤다. 어디에 있거나 내 주위에 항상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되도록이면 코트도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제 기분 좋은 일, 속상한 일 등등 하루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각자 좋은 기억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테니스란 운동은 유학생활 2년간 참 많은 추억들을 안겨 주었다. 목요일만 되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코트예약 했던 기억부터 금요일이 되면 비가 안 오길 바랬던 마음, 일주일 내내 테니스만 쳤던 기억, 아침에 서브 200개씩 연습했던 기억, 테니스 치고나서 마시는 자몽주스, 슬램덩크 대사들로 마인드 컨트롤 했던 기억 등등등. (특히 서브 넣을 때: '몸이 기억하고 있다', 게임 지고 있을 때: '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발리 잡으려고 앞에 나가 있을 때: '하나만 잡자!' 요거랑...수도없이 많다)
by eunky | 2008/04/14 01:53 | 기억 | 트랙백 | 덧글(3) |
테니스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team 이 reshuffling이 되었다.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되고...성경에 보면 이런 비슷한 구절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성경에 나온 이 구절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reshuffling전에는 꽤나 높은 seed에 있다가 reshuffling하고 나서는 한 번도 연습 안 해 본 분이랑 파트너가 되었고 맨 마지막 seed를 받았다. 맨 마지막 seed는 모두가 피하는 seed로, 그걸 받으면 스탠포드 1번 팀과 경기를 하던가; 뭐 그랬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건지 가만히 생각을 해 봤는데,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 약한 사람들한테 참 잔인하게 군다. 마음은 상했지만 중요한 일이 아니니 오래 담아두려 하지 않기로 했다. 버클리에서 정을 떼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by eunky | 2008/04/07 19:46 | 일상 | 트랙백 | 덧글(1) |
두통
빈 배가 되자
by eunky | 2008/04/07 13:40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Telnet
파란 창 (혹은 검은 창) 속의 loco, ara, objectbbs, babot, bar 등등의 bbs가 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카이스트 합격하고 나서 입학도 하기 전에 오빠는 나한테 ara를 가르쳐 줬고 비비질을 가르쳐 줬다.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 웹이메일 대신 쪽지를 주고받거나 loco 메일로 대화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 곳 개인게시판에는 내 대학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다른 곳에는 하지못할 말들을 쏟아내는 익명게시판도 있었고 친한 애들끼리 ring을 만들어서 '>'키만 눌러도 다음 게시판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엄청나게 열받는 일이 있으면 보드를 밀기도 했다. 아마 연애편지도 어디엔가 굴러다닐테고, 동아리편지, 과게시판도 있었고 잘 모르던 선배들이더라도 익숙한 id에 괜히 친근한 느낌도 들었다. 가끔씩 잠이 안 오면, 아예 말릴 작정을 하고 글 잘 쓰는 선배 게시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다 읽었던 기억도 있다. 산마르코에서 새로 커피를 볶으면 나는 ara food 보드에 커피배전 광고를 대신 올려주기도 했고 buy보드에서 책이나 부품들을 사고 팔기도 했고 abroad보드를 보면서 유학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졸업을 하고나서 게시판에 들어가는 횟수는 급속도로 줄었고, 미국에 와서 Mac을 쓰기 시작한 후에는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는 너무 아련하고 안타까운 추억들이라 그냥 건들지 않는다.
by eunky | 2008/04/06 05:09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묵상 하나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1-13)


요즘은 바오로 서신들을 주욱 읽고 있다. 필리피, 콜로새, 테살로니카, 티모테오를 지나고 있는데 그제 읽었던 저 구절이 계속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바오로는 우리에게 비천하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고 배고프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만족하며 살라는 말을 한다.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어려운 것은 욕심과 비교때문.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은 더 큰 풍족함을 원하며 안 해도 될 힘을 쓰고 다른 이의 몫을 가져온다. 비천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괴로워 한다. 많이 먹어 배부르면 배불러서 괴로워 하고 먹을게 없어 배고프면 배고파서 괴로워 한다. 설령 "나는 내 처지에 만족하며 잘 살아"라고 해도 주위에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이 Loser야, 아니, 너는 왜 자기발전도 안 하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니?"

그래서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살라고 하는 것은 "배고프게 살아라", "풍족하게 살아라"는 말 보다도 훨씬 실천하기 힘든 것 같다.
by eunky | 2008/04/04 16:42 | 일상 | 트랙백 | 덧글(3) |
Spring Break
꽤나 열심히 기다렸던 spring break가 끝나가고 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하나도 안 하고,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나갔다. 하루평균 9시간씩 자면서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정말 이상한 꿈들을 매일매일 많이 꿨다. 와인 코르크마개가 5개 늘었다. 부활절이 지나가고 나니까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것처럼 더욱 힘이 빠졌다. 밤이 되면 많이 추워서 (춥다고 느껴서) 계속 난로를 틀어놓았다. 아주 오래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몇몇 사람들과 오래간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한 달만에 마신 커피가 너무 좋아 에스프레소를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카페인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날들도 있었다. 여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계획은 어느 순간에 하늘에서 뚝 떨어질 뿐이지 자기가 마음대로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여름엔 차를 사서 캘리포니아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어떤 차가 좋을지 요즘엔 길을 걸으면서 열심히 차들을 구경하고 있다. 이왕 살 차, 좀 빨리 샀으면 좋았을 걸. 남자들과 여자들이 차를 사기 위한 과정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이제까지 결정한 것 : 검정색, 투도어, 되도록이면 작은 차 (파킹하기 무섭다). 이건데, 듣는 사람마다 놀린다. 아마도 이제까지 했던 많은 결정들과 같이 정말 논리적이지도 않고 전략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선택을 팍 해 버린 다음 혼자서 되게 좋아하고 있을 것 같다. Nell 4집 Separation Anxiety 앨범을 받아 하루 평균 10시간씩 무한반복 시켜 듣고 있다. 가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면 있었고 없었다면 없었던 2,3월.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도 이젠 죄책감이 들지가 않게 되었다.

11번 트랙에 _ 란 노래가 있다. (언더바)

귀를 막으면 조용해 지나요
눈을 감으면 안 볼 수 있나요
마음을 닫으면 그 어떤 상처도
우리 받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지나고 나서 다 들리더군요
지나고 나서 다 보이더군요
모든 아픔이 물밀듯 그렇게 밀려와
참 힘들더군요
함께 있으면 머물러 지나요
머물러지면 행복해 지나요
떠나려하면 어떻게 하나요
붙잡아 봐도 떠나려 한다면
지나고보니 다 떠나더군요
지나고보니 부질없더군요
생각해 보니 함께하고 있을때도
우린 여전히 많이 외로웠죠

이런 식의 가사가 1시간 여 남짓, 11곡을 통해 무한 반복된다.
1번 트랙 "Separation Anxiety"에선 "나를 떠나지 마요"가 스무 번도 넘게 무한반복 된다.
정말 희한한 스프링 브레이크를 보내고 있다.
by eunky | 2008/03/29 10:10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기도
할 수 없는 얘기들이 아직도 너무 많아
기도를 해야겠다
by eunky | 2008/03/28 02:50 | 일상 | 트랙백 | 덧글(0) |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간밤엔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맥주 한 병 마시고 잤는데, 너무 푹 잤고 꿈에 시달리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잠에서 깨어나 잠시 정신을 차리고 나서 이 모든 게 꿈이란 사실을 알고선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건 내가 기억하는 한, 첫 번째로 꾼 결혼하는 꿈이었는데, 꿈속에서의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었는데, 그 불편하고 이건 뭔가 아니라는 기분이 너무나 생생해서 다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계속 되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친구들 몇몇의 얼굴이 보였는데, 그들도 내가 결혼하는 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어안이 벙벙해 했고 싸늘한 표정이었다. 엄마는 울고 있다는 말만 들었고 꿈속에선 보이지도 않았으며 이모가 대신 엄마가 해야하는 일들을 하셨다.

결혼은 정말로 좋은 사람하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해도 머리가 터지는 일일텐데, 좋기는 커녕 얼굴도 모르는 사람하고 하나도 준비(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하는 결혼이 이렇게 끔찍한 일일줄이야. 꿈속에서나마 했던 간접경험으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자유롭게 살고싶다.
by eunky | 2008/03/27 09:43 | 기억 | 트랙백 | 덧글(2) |
편안한 주말
당장 내야 할 숙제가 하나도 없는 주말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가장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최고 18도, 최저 8도) 오래간만에 테니스도 치고 맛있는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잠도 푹 자고 그러면서도 리서치는 슬금슬금 진행되고 있다. 아! 항상 이렇게 살 수는 없는걸까! 감탄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그 어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성당에 가서 노래부르고 미사보고, 끝나고는 성경공부 하면서 지나갈 것 같다. 그리고 Lent의 끝이 보인다. 정말 그 어느 때 보다도 긴 사순시기인것 같다.
by eunky | 2008/03/09 13:51 | 기억 | 트랙백 | 덧글(1) |
히브리서
히브리서를 보면 거룩한 삶을 살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1년 전에 탈출기 공부를 할 때 사람들과 나눔을 하면서 도대체 거룩한 삶은 무엇일까. 라는 묵상을 해 보았던 것 같다. 거룩한 삶이란 무엇일까.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놓는 것, 예수님이 살다 간 모습을 닮고자 하는 것. 예수님은 분명 가난하게 살다 가셨고 내일 먹을 것을 챙겨두지 않으셨고 (사탄은 미워했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 마저도 사랑하셨다.

최근 장관 인사 문제로 한국이 시끄러운 것을 보니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란 책을 조만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룩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고대소망교회영남출신강남부동산부자교수경제잡범들의 집단을 장관이란 자리게 앉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장관이나 교수란 사회적 위치가 도대체 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통령은 말할 것 없고 장관이나 교수같은 이러한 사회적 위치가 다른 자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그 자리가 다른 이들에게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성이 큰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나라의 정책, 일을 수행하는 과정, 그 아래 사람들의 행동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휘둘려 "다들 그렇게 한다"면서 정해진 규칙과 법을 무시하고 편하고 배부른 길을 간 사람이 국가 대소사를 갑자기 도덕군자처럼 처리할 리 없을거다. 열심히 공부해서 논문쓰는게 전부인 사람에게 교수가 논문 표절해 버려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느끼는 좌절스러움을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거나 더 무섭게는 하도 만연해서 당연시 된다면 그 사회는 정말이지 절망적인 사회일거다. 많이 배운 것과 도덕성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잠이 확확 깬다. 반면교사다 반면교사.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은 아마도 앞으로 5년동안 반면교사 삼으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마저.
by eunky | 2008/03/01 09:08 | 일상 | 트랙백 | 덧글(1) |
자발적 포기
자신이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 정도 포기해 보는 Lent 기간을 통해 몇 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아하는 것을 어떤 이유에서건 포기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참 괴로운 일.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세상엔 없어서 죽고 못 살 정도의 것은 극히 드물다는 것.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더라도 없으면 없는대로 다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아쉬움을 간직하면서도 그 부재에 익숙해 지는 것 같다. 불편함에 익숙해 지는 것 처럼.
하지만 그 대상을 상기시키는 것들 -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룸메이트가 갓 내린 커피향이 부엌을 가득 채우고 있다거나 씨애틀에서 사 온 커피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거나 - 을 우연치않게 마주하게 되면 잠시 이성을 잃기도 하고 울컥 감상에 젖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이성은 점점 돌아온다.

없어서 못살 정도면 그건 이미 중독인데
중독되면 그때부터 집착과 욕심과... 아무튼 인생 참 괴로워 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냥 저냥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아 물론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는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가 있을까. "사랑하자" "거룩한 삶을 살자" "책좀 보고 살자" 이런 것들...
(그것도 정말 그럴까? 요즘 우리나라 보면서 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이란 사회가 멀쩡한 사람을 좀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 이미 도덕과 돈 중에서 더 중요한 가치는 후자가 되어버린 듯. 나도 그 안에서 사회생활 하고 있었으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체험은 해 볼만 한 것 같다.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공부, 스스로의 커리어... 이런 것,
이것보다 더 큰 가치있는 일이 있다는 마음의 울림이 들리면
미련없이 버리고 다른 곳으로 유유자적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유학 나와서 배운 커다란 깨달음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가 갑자기 날아가더라도 (하드 포함)
한 30분 정도 있으면 평정심을 찾을 정도로만 컴퓨터를 썼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도둑이 들어 결혼반지, 돌반지, 주화를 다 훔쳐갔단 얘기를 남 얘기 하듯 하셨던 엄마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가 존경스러웠다.

부활절까지 3주.
by eunky | 2008/02/29 16:05 | 언제 커피나 한 잔 | 트랙백 | 덧글(1) |
달리기를 시작하다
어제 오후에 충동적으로 동네 한 바퀴를 뛰다왔다. 오늘 아침에도 뛰고 왔다.
하도 오랫동안 안 뛰어서 지금은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쁘고 힘들지만.
다른 곳들은 펑펑 눈이 오는데, 낮엔 17, 18도를 찍고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선선한 이 곳에선
- 핑계가 없다.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SES, "달리기" 중에서)

by eunky | 2008/02/27 07:35 | 일상 | 트랙백 | 덧글(2) |
흘리고 다닌 기억들의 조각
씨애틀은 호수와 나무가 많고 눈 덮힌 산과 안개, 구름, 비, 그리고 커피가 많다. 버클리에서 화창함을 빼고 샌프란시스코의 우중충한 날씨와 언덕을 더하면 씨애틀하고 좀 비슷해 지는 것 같다. 저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건 거짓말 같기도 했다. 단면적당 박사생 수가 가장 많은 도시. 호수가 도시 한 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으면서도 굉장히 그 모양이 구불구불해서 lakeshore의 길이가 참 길어 경치가 끝내주게 아름다운 집들이 lakeshore을 따라 촘촘히 박혀있다.

한 교수 집에서 dessert party가 열려서 그제 밤엔 언덕 위에 있는 집에 갔었다. 미국사람 집에 갈 일은 별로 없었지만, 이 집은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웠다. 집에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view를 집의 여러 면에서 볼 수 있어서 집의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천정이 높은 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마도 꿈이 교수인) 학생이 이런 얘기를 했다. 교수 집에 갔는데 이렇게 잘 살 고 있으면 뭔가 희망이 보여서 좋은 것 같다고. 교수 집에 갔는데 정말 암울하게 살고 있으면 자기도 암울할 것 같다고 - 난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집이 부자이거나 wife가 돈을 엄청 버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 어쨌든 미국 와서 가 본 집 중에 가장 예뻤던 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부부가 둘 다 학생일 때부터 rent 안 내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을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하다가 그런 아름다운 집으로 안착했다는 얘기를 다른 교수가 했다. 그 교수는 학생들한테 - 모든 교수가 다 그런 집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_-;

PhD 학생들이 질문할 것 있으면 정말이지 아무거나 다 해 보라고 하도 그러길래 가만히 있다가 "Where do you see yourself in 5 years?" 이런 질문을 툭 해 봤다.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정적이 흐른다.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가 한 명씩 얘기를 하는데 대부분이 교수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Job Talk 생각이 주루룩 났다. 그들만의 리그같았던 CHI와 CHI paper format에 맞춘 연구를 하는 사람들 생각도 주루룩 났다.

잠시 씨애틀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방금 돌아왔다. 씨애틀은 처음 가 본 거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였는데 세상이 참 좁아서 한 다리를 건너니 아는 언니가 갑자기 두 명이 생겼다.

통계학과 윤하언니 집에 머물면서 3박 4일 신세를 단단히 지고 왔다. 계속 바쁘다가 돌아오기 전날 밤에서야 언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할 시간이 생겼다. 언니랑 나는 살면서 부딪힐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둘이 같이 아는 사람들은 버클리를 비롯한 미국 전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언니가 기억하는 것은 대부분 대학교때의 모습이었고 내가 알고있는 부분은 그 사람들의 대학 이후의 모습이었는데, 이게 무슨 조각퍼즐 맞추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수다를 떨다가 밤 늦게 잠이 든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블로그란 곳은 참 신기한 우연이 많이 생기는 곳인데, 이글루스 통해 알게 되었다가 상훈오빠가 소개해 준 정하언니는, 처음 만난 사람이었는데도 참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Coastal Kitchen이라는 해산물 음식점, 초콜렛샵인 Dilettante와 씨애틀에서 정말 유명한 까페라는 Espresso Vivace를 소개해 주시면서 파킹하기도 힘든 곳을 네 바퀴나 뱅뱅 돌아주었던 정하언니는 참 고맙고 밝은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다. Lent 기간에 씨애틀에 온건 마치 극기훈련을 하는 것과 같았다. 멋진 까페들이 길거리에 널려있는 이 곳에서 커피향을 맡으며 녹차와 홍차와 핫초콜렛을 마시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정하언니, 함께 데리고 나온 새신랑, 윤하언니 모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서 수학을 했던 사람들이어서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싶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보통은 이륙하기도 전에 잠이 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음료수를 서빙하고 있을 때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주욱 생생하게 깨어서 왔다. 이륙하면서 바라본 바깥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집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작아졌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호수들이 한 눈에 바라다 보였다. 그 후엔 구름이 새하얀 눈밭처럼 편편하고 포근하게 깔려있었다.

오래간만에 느낀 싸하고 차가운 겨울 바람, 이방인이라 느꼈던 싱숭생숭한 기분에 간밤의 수다까지 겹쳐 버클리로 돌아온 지금은 완전히 지쳤다. 개인적으론 야간비행을 참 좋아한다. 밤에 비행기를 타면 반짝반짝 도시에서 나오는 빛들이 참 예쁘고 그거 바라보고 있으면 두근거린다. 이성과 감성 모두 날카로울대로 날카로와져서 조용한 가운데 책도 잘 읽히고 집중도 잘 되는 밤비행 - 다음에 비행기 탈 일 있으면 밤비행기를 끊어야지.

** 방에 돌아오니 눈물날 정도로 진한 에스프레소 샷 몇 잔 들이 붓고 싶어졌다 ㅜㅜ 엉엉
by eunky | 2008/02/24 11:51 | 언제 커피나 한 잔 | 트랙백 | 덧글(5) |
Jordi Savall
Jordi Savall: Lost Paradises
Saturday, Feb. 16, 2008, 8:00pm
First Congregational Church

Do we truly live upon this earth?
Not for ever on this earth, only a short time here.
All things, even jade, will crack,
all things, even gold, will break,
even the quetzal's plumage fades;
not for ever on this earth, only a short time here.

All worldly things are fleeting
and their memory, too,
save only fame and glory

all else that we posess are dreams
followed by a certain grave.
The greatest fortune and the best
with their memory quickly fade,
save only fame and glory.
Let us then procure good fame
that never shall be lost,
a tree that is forever green
with fruit upon the branch.
All good things which earn that name
with their memory quickly fade,
all save fame and glory.

(Queen Isabella's Last Will and Testament)
by eunky | 2008/02/19 16:09 | 기억 | 트랙백 | 덧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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